호흡은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적 신체 기능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산소를 받아들이고 그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행위이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호흡의 양과 질 또는 패턴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호흡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심박 수와 혈압 등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예전부터 호흡을 통하여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호흡법들이 등장했다.
그 호흡법들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여기에 다 소개하기 힘들 정도이다.
어떤 호흡법이 더 좋은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최근에는 주기적 한숨 호흡법이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되었으나 나머지 방법들 또한 방식과 상관없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 중에서 필자는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breathwork를 접하고 직접 해보고 있다.
그 기법은 깊고 빠른 호흡을 하는 것인데 적극적 호흡의 일종이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깊고 빠른 호흡을 약 30회 정도를 호기와 흡기 사이가 끊어지지 않게 한다.
그다음으로 마지막 숨을 다 내쉬고 1분에서 1분 30초 정도 숨을 멈춘다.
그 후에 15초 정도 최대한으로 숨을 들이마신 뒤에 멈춘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방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 호흡 운동을 통하여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고 한다. 무의식 탐색과 트라우마를 비롯한 여러 가지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가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좋다고 한다.
또한, 특이한 점은 이 호흡 운동 중간에 느껴지는 여러 가지 이상 감각과 환시 등의 이상 현상들을 소개한 것이었다.
이러한 브레스워크에 대해 간단히 필자의 의견을 적어보고 호흡법에 관한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브레스워크를 하는 동안 느껴지는 몸의 저림, 안면이 조여지는 느낌 등은 일종의 과호흡에 따른 증상이다.
과호흡을 하게 되면 체내의 이산화탄소가 지나치게 배출되게 되는데 혈액의 pH가 급증하여 알칼리화가 진행되고 말초 조직으로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과호흡증후군이 오면 손발 끝부터 시작하여 온몸이 저리게 되고 입술이 조이는 등의 안면부 경련 등이 생긴다.
브레스워크는 깊고 빠른 호흡을 통해 과호흡을 유발하고 그 이후 의도적으로 흡기 상태에서 숨을 멈추게 함으로써 그러한 증상 등이 유지되게 만든다.
또한, 다음으로 깊은 들숨으로 산소 농도를 올리게 하면서 약간의 어지러움 등 또 다른 증상을 유발함과 함께 과호흡 유발 증상 등을 개선시킨다.
브레스워크만의 독특한 증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호흡법으로 신체의 감각에만 집중하게 한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평소 기관지나 기타 호흡기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브레스워크의 시간이 길어지면 신기한 빛이나 또는 엉뚱한 사람의 얼굴들이 보이는 등의 환영과 환시를 겪는다고 한다.
또한, 이 방법 이외에도 명상을 길게 하면 신기한 경험을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브레스워크나 명상에 따른 독특한 경험이 아니다.
사람은 어떠한 물건을 보게 되면 눈을 통해 그 정보가 뇌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뇌는 끊임없이 자발적으로 그 대상을 추론하다.
그것을 뇌의 능동적 추론이라고 한다.
즉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을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능동적 추론의 부분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 뇌는 스스로 새로운 영상을 생성해낸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눈을 감은 상태에서 보고자 하면 뭔가가 보인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브레스워크나 명상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생길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명상을 통해 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명상을 하지 않아도 브레스워크를 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그냥 눈을 감고 뭔가를 보고자 하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뇌의 작동에 따라 보인다.
그러므로 그런 것이 보인다고 해서 신기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보고자 할 것도 없다.
호흡법을 굳이 분류하자면 의도된 호흡 (intended breathing)과 의도하지 않은 호흡법 (unintended breathing)으로 나눌 수 있다.
의도된 호흡은 브레스워크를 포함하여 기타 주기적 한숨이나 박스 호흡법 등이 있다.
의도된 호흡이란 호흡의 방식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들숨과 날숨의 횟수나 시간, 주기 등을 시행하는 것이다.
의도된 호흡으로 우리 몸의 심장 박동수와 변이도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깊은 호흡으로 부교감신경인 미주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데 이것을 호흡 미주신경 자극 (rVNS : respiratory vagal nerve stimulation)이라고 한다.
날숨 시에 심박 수가 줄어드는데 심장 박동수를 감소시키기 위해 날숨을 인위적으로 길게 유지하는 것도 의도된 호흡이다.
두려움이나 불안과 분노는 심박 수의 증가와 같은 몸의 변화를 뇌가 인지해서 해석하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은 마음의 문제라기보다는 몸의 문제이므로 이러한 감정을 느낄 때는 자율신경을 통제하여 심박 수를 떨어뜨리고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율신경계에서 심장이나 내장 운동 등은 의도적인 개입이 불가능하지만, 호흡은 유일하게 의도적인 개입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의도적인 호흡으로 몸을 이완시켜주고 들뜬 마음과 부정적 감정을 진정시킬 수가 있다.
진정 효과가 있으므로 뒤에 나올 의도하지 않은 호흡 명상 전에 시행하면 좋다.
의도된 호흡법은 이미 알려진 주기적 한숨 법이나 박스 호흡법 등을 할 수 있고 단전호흡 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적인 특성을 보고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호흡은 개인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감정의 변화나 상황에 따라 호흡의 양상이 달라진다.
자신의 호흡 양상에 대해 지켜보자.
화가 날 때, 싸울 때, 사랑할 때, 마음이 고요해질 때 등에 따라 리듬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본다.
날숨이 길어지는지 들숨이 길어지는지 아니면 똑같은지를 잘 살펴보고 기록해본다.
그러면 자신이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일 때의 호흡 양상과 리듬을 알 수가 있고, 반대로 그 호흡의 패턴을 보고 불안이나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 상태인지를 알 수 있다.
자신의 리듬을 발견하면 이것을 지속적으로 활용한다.
부정적 감정일 때의 호흡 패턴이라고 판단되면 나의 마음이 편안했을 때의 호흡 패턴으로 바꾸어준다.
그리고 그걸 의도적으로 유지시킨다. 이런 편안한 리듬이 삶의 일부가 되게 하면 좋다.
의도하지 않은 호흡법은 들숨과 날숨이 저절로 일어나게 하는 호흡 방법이다.
고타마에 의해 전해진 '아나빠나사띠'가 가장 대표적이다.
고대 인도어로 '아나'는 흡기, '빠나'는 호기, '사띠'는 알아차림을 의미한다.
호흡에 의도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호흡을 따라가는 것이다.
호흡의 전체를 끝까지 지켜보고 느낀다.
호흡을 그냥 나에게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 (event)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단순히 지켜보고 알아차리는 방법인데
이것은 현재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훈련법이다.
실제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호흡에 집중하는 과정에 끊임없는 생각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호흡에서 생각들로 집중이 빼앗긴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은 나에게 왔다가 가는 것이다. 생각이 오면서 나에게 감정과 같은 마음이 유발된다.
존재의 중심을 깊은 바닷속이라고 하면 생각은 바람이고 마음은 파도와 같다.
존재의 중심에 있지 않고 항상 파도와 같은 가장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것이다.
명상이란 아무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했다.
명상은 내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호흡이나 몸의 감각과 반응들이 있는지 끊임없이 지켜보는 것이라고 한다.
즉 배경 자아의 끊임없는 알아차림을 훈련하는 방법이다.
알아차림만으로도 나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많이 없앨 수가 있다.
그러므로 호흡을 알아차리는 과정 중에 잡생각으로 나의 집중이 흐트러져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잡생각에서 다시 호흡으로 되돌리는 것을 재집중 (re-focusing)이라고 하는데 이 재집중이 의미가 있다.
신경 가소성은 재집중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의도적인 개입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중간에 의도적인 호흡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의도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호흡을 그냥 놔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흡을 놓아두는 게 잘 안되는 사람은 평생동안 인생의 모든 것을 자기가 통제하고 조절하려고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모든 것을 내 의도대로 하려고 하는 완벽주의자적인 습관 때문에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모든 일을 꼭 어떻게 해야 직성이 풀리므로 집착이나 불안감 등이 잘 유발된다.
호흡을 놔두는 호흡법은 집착의 습관을 내려놓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잠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자.
아니 모든 것이 아닌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그냥 잠시 내려두는 것을 연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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