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자율이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부동산 PF (project financing)의 부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말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부실로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뉴스가 쟁점이 되었다. 부동산 PF의 부실은 실물 부분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2011년에 수많은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던 것도 이와 같은 원인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유예 등의 임시방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PF 부실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PF (Project Financing)은 특정 부동산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 흐름을 분석하여 대규모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이러한 부동산 PF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위의 사업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처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갑자기 이자율이 많이 오르면 부실 위험이 증가한다. 사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자의 부담이 많아지고 대출을 이용하여 집이나 상가 등을 사려는 수요도 급격히 줄어든다. 시행사와 시공사로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사업성 저하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 자재비 증가 등으로 경영이 힘들어지게 된다. 그러면 금융권에서 이미 대출된 부실 위험 사업장의 자금을 회수하고 신규대출 심사는 엄격해진다. 시행사 및 시공사의 부실은 주 채권단인 금융기관에 타격을 주고, 신용을 잃은 은행은 최악의 경우 뱅크런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는 연쇄적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
이자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부동산 PF의 부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PF의 특징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들 수 있다. 부동산 PF는 일반적인 기업 자금 조달과는 달리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이나 현존하는 담보 없이 부동산 프로젝트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수익, 즉 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에 부동산 사업계획을 가진 시행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과 적은 자본으로도 부동산 PF를 활용하여 수조에 달하는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레버리지를 이용하면 시행사가 전체 토지 매입금의 2-3%밖에 안 되는 적은 초기자본으로도 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에 부동산 PF는 리스크가 높지만, 사업을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행사의 레버리지가 지나치게 높다. 시행사를 설립할 수 있는 자본금 요건이 약하기 때문에 시행사가 자체 동원하는 자금이 매우 작은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업수행 주체의 순 자산이 낮고, 위험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시행사의 부담은 작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자본의 완충작용이 미흡하고 부동산 PF 참여들의 위험은 클 수밖에 없다. 즉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우리나라 부동산 PF 시장의 특징은 브릿지론과 본PF라는 이중 대출 구조를 근간으로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큰 자금이 들어가는데 그 자금 조달 방법이 독특하다. 첫 번째로 시행사가 사업계획을 하고 사업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는데 금융기관은 사업성이나 장래의 비전을 보고 대출을 해준다. 이때 시행사가 빌리는 대출 상품을 ‘브릿지론’이라 한다. 그리고 건축 허가와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과 공사를 시작한다. 이때 금융기관은 장래 현금흐름을 파악하여 돈을 빌려주는데 이것을 ‘본PF’ 대출이라고 한다. 이 돈으로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공사 자재와 인건비로 사용한다. 그 이후 건물이 완공되고 분양권자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청산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행, 시공사는 투자금 대비 막대한 이익을 남기게 되고 금융기관도 큰 이자 수익을 얻게 된다. 미국은 토지 매입 단계에서 추가 자금을 확보하여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 이후 시공사업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본PF를 통해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건설자금은 수분양자의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선분양비율이나 중도금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다. 주택가격 상승 기간에는 수분양자가 분양권 취득을 통해 이익을 얻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수분양자가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미분양 비율이 너무 높은 경우 공사가 중단되기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시행사가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행사의 적은 자본금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분양자와 시공사 등이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국내 부동산 PF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행사의 자본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업 주체의 자본력을 높여야 손실이 발생했을 때 사업참여 주체가 이를 우선하여 감당할 수 있어 연쇄 부실로 파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형태의 파트너십 구조를 유도하여 부동산 개발의 초기자본을 확충하여야 한다. 초기자본이 충분해야 브릿지론과 본PF사이의 상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주거용 부동산 개발 시에 선분양비율을 줄이거나 중도금 납부 비중을 축소하여 수분양자의 자금이 사업비로 사용되는 것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금융회사와 건설회사의 사업성 평가능력을 개선하여 거시경제 변수와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PF 사업성을 평가하는 관리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우리나라 부동산 PF 구조의 문제점과 시사점
: Korea Institute of Finance 2023.06.10. ~ 06.23. 32권 12호. 이보미
2. 국내 증권업 부동산 PF 위험요인과 대응방안
: 자본시장연구원 이슈 보고서 23-10 장근혁, 이석훈, 이효섭
3. 반복되는 부동산 PF 부실, 무엇이 문제일까?
: 헤럴드경제 2024.01.24. 채희율
4. 우리나라 경제에 잠재된 시한폭탄, 부동산 PF
: 성대신문 2023.11.13. 이우혁
5. 우리 경제의 새로운 뇌관, 부동산 PF
: 포항공대신문 2024.02.03. 김윤철
6. 부동산 PF 부실의 근본적 해결책
: 경인일보 2024-01-10 서진형
'김태강 > [경제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주식 시장 주주환원 정책 (25) | 2024.03.24 |
---|---|
[경제] PER? 완벽하게 알아보자! (5) | 2023.12.17 |
[경제]비트코인 매수 이유 (17) | 2023.12.01 |
[경제] EPS, PER, PBR, ROE의 관계 및 의미 (2) | 2023.10.12 |
[경제] 국제 유가 상승과 가격/공급 곡선 (6) | 2023.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