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해지자 정부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주식이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되었다고 판단하고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문제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주주환원 정책이 선진국과 비교하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투자자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커다란 사회적 또는 경제적 문제가 된다.
주주환원 정책이란 기업이 이익을 창출한 후 이를 주주들과 어떻게 공유할지 결정하는 전략이다. 이 정책에는 주로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이 있다. 투자자로서는 투자자에게 그 성과를 같이 공유하면서 동행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수요자인 손님으로서는 좋은 음식 재료와 많은 양을 기대할 것이고 공급자인 식당 사장으로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조절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손님은 음식이 그 가격에 합당한지 또는 식당이 음식에 진심인지를 따져 볼 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에서는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은 공급자이고, 그 주식을 사는 투자자는 수요자이다. 투자자는 그 기업이 주주환원을 잘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내가 투자하는 기업이 정말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하는지 아니면 회사의 크기만 키우려고 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 나라의 주식 시장 전체가 투자자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시장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최근 미국이나 일본 증시가 계속 상승하는 것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한국 시장이 주주환원을 잘하는 시장인지를 먼저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주환원을 잘하는지를 구별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방법으로 주가와 시가총액의 변동률을 보는 것이 있다. 시가총액은 주가와 주식 수의 곱인데 시가총액의 증가율이 주가의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면 그것은 주식 수만 기형적으로 늘어난 결과이다.
투자자로서는 자기가 투자한 주식 이외에 다른 주식 수가 늘어난다면 투자자의 지분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서는 발행 주식 수를 늘리면 자본이 들어온다. 그 자본으로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이득이다. 일하지 않아도 투자자의 돈으로만 회사를 유지하는 셈이 된다. 결론적으로 주가의 상승률과 시가총액의 상승률의 차이가 없을수록 주주 친화적인 것이 되고 차이가 클수록 그 반대가 된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2002년의 주가와 시가총액을 100이라는 임의의 숫자로 지정하고 그 이후의 변동률을 그린 것이다.
한국 코스피는 올해까지 주가가 250%가 올랐지만, 시가총액은 640%가 올랐다. 이는 우리나라에 상장된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은커녕 유상 증자 및 자회사 쪼개기와 같은 물적 분할 등을 통해 도리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왔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상장 기업이 많아지고, 유상 증자가 늘수록 주가는 오르지 않고 시가총액만 커진다. 기업들이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보다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주식 수를 늘려서 회사의 덩치만 키우기에 급급했다고 판단이 된다.
그에 반해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은 주가와 시가총액의 상승률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미국 시장은 배당도 많이 해줄 뿐만 아니라 이익으로 자사주를 매입하여 소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주의 지분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주에게 이득이 된다.
이렇게 주주 친화적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투자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에 투자를 하게 되고 그 결과로 미국 시장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한국 시장은 ‘박스피’(박스권 안에 갇혀서 횡보하는 코스피)라는 오명을 듣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 고공행진을 하는 일본과 부진을 면치 못하는 홍콩도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약 3년 전에 발표된 그래프로 발표당시로부터 10년 동안 평균 주주환원율을 비교한 것이다. 주주환원율은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이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기업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주환원 정책에 인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이 자본 조달만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되돌려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위의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논하기 앞서서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자보다 오로지 기업과 그 소유주들만 생각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어떠한 정부 정책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참고 : 유튜브 STEPS 2024/3/12일 방송 – 김일구 :주주환원의 시대 (주주환원 잘 하는 나라와 안 하는 나라 한 눈에 구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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